대학원 생활 어언 1년이 되어간다.

3월에 멋모르고 '학교가 지겹네'라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학원 진학의 이유는 딱 하나였다.


학교가 지루했다.


운이 좋게 결원이 발생해서 대학원에 오게 되었고

그후로 3학점씩 2학기를 들어 대학원 석사과정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러던 몇일전

학점이 A0가 나왔다.


남들이 보기엔 이게 뭔가 싶지만

우리대학원의 학점은  A+와 A0로 나눠져있다.

A0란 이야기는 그냥 pass라는 이야기.

말그대로 패스. 넌 패스. 그냥 수업들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와서

대학원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원래는 담당교수님을 찾아뵈려했으나

연말연시, 크리스마스라 오늘은 안계심으로


혼자 연구실에 나와서 끄적인다.


옆에 공부하는 동료들을 보면

자기의 인생에 대한 불만이 있다.

그리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고민이 있다.

자기가 생각하는 답안이 있고

자기의 전공과 관련된 문제의식이 있다.


하지만 나는 없다.

왜냐.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대학원생활은 안개속을 걷는 방랑자같다.

목적지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길도없다.

길이 없으니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모르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가르쳐주는 나침반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가야한다. 여기가 집으로 가는 길인지, 바다로가는 길인지 모르지만

일단 간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보니

내주변엔 나밖에 없고

남들은 오아시스라도 발견한듯 소기의 성과에 즐거워하고있을때

난 아직도 사막위, 안개속을 헤멘다.


수능공부할때나, 임고공부할때처럼

여기까지가 범위고, 여기안에서 나오고, 여기를 깊게 파서 통달하면 되는것처럼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길을 걷고

지금까지 나있는 길을 탐색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하는 생활이다.

단순히 열심히 걷는것이 내가 할수 있는 전부인데


이상황에서 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된다.

걷다가 걷다가 걷다가


걷다보면 답이 나올까?



그리고난뒤에 교수님과 면담을 했다.

나의 문제는 비평문에 논리가 부족했다.

논리가 부족했다는 말은 비평문을 나의 생각대로, 나의 상식대로 적었다는 이야기다.

나의 생각과 상식이 아닌 논리적인 글쓰기는 다른 타인의 논문을 인용함으로써 발생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의 입을 빌어서 적는것이 논리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또한 공부를 할때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화해서 글로 적어보아야 한다.

또한 좋은 원문을 보아야 한다. 번역된것이라도 좋다. 

논문은 그사람의 관점이 해석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원문은 그렇지 않다.


과제가 과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고, 메모하라.

그것을 모아서 제본하라.

제본하려면 틀에 맞추어 글을 쓰라


세상에 새로운 질문은 없다.

공부는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폭넓게 생각하고 그것에서 나의 생각을 토해내라.

참고문헌을 인용하여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하라


생각나면 더적기